잡다한 이야기/맛집

안양 숨은 맛집 신비로운 미지

부업태태 2023. 5. 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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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에 독특한 간판과 자판기가 있다.

 

눈에 띄는 간판과 자판기

 

실제로 작동하는 자판기는 아니다.

사실 저 자판기는 이다.

 

간판 역시 야키토리(꼬치)라고 쓰여있지만,

가게 이름이 야키토리가 아니다. 미지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좁아서 딱히 하고싶지도 않았다

 

이게 뭐야? 하고 문을 열면 게임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계단이 있어 이제야 가게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뭐지 뭐지 하면서 가게로 들어가고 정말 놀랐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마치 우리가 정말 일본 외곽의 술집에 온 듯한 느낌과

정말로 미지의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메뉴판에 없는 메뉴가 오늘의 메뉴에 있다! 사케도 마찬가지다.

 

가게에 들어가면 우선은 오늘의 메뉴가 보일 텐데,

자리를 잡아 들어가기 전에 혹시 모르니 사진을 찍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메뉴판에 없는 메뉴가 오늘의 메뉴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우리는 메뉴판에 있던 야끼소바모둠꼬치,

오늘의 메뉴에 있던 닭껍질꼬치를 주문했다.

 

주문 후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직원이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저 잉어는 잔의 디자인이다. 즉, 그냥 잔이다.

 

놀랍도록 이쁜 잔에 담긴 사케였다.

다름 아닌, 웰컴 사케라고 한다.

 

술을 주문하기도 전에

이렇게 맛 보라며 한 잔 주는 가게는 처음이다.

너무 기분이 좋고 맛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그냥 소주나 맥주를 먹으려던 우리는

결국 큰맘 먹고 사케를 1병 주문했다.

 

사케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정성스럽게 목재 얼음 트레이에 담긴 사케를 받았다.

물이 새지도 않고, 얼음이 잘 녹지도 않아 신기했다.

 

사케는 나오고 잔이 나오지 않길래 뭐지 싶었다.

잠시 후, 직원이 또 뭔가를 들고 왔다.

 

다양한 디자인의 사케잔

 

다른 손님한테 나간 잔 외의 남은 잔을 몽땅 가져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잔을 고르라는 것이었다.

 

술맛을 돋구는 사케 잔

 

글을 쓰다 보니 우리가 주문한 사케는 모모카와 준마이인데,

그녀가 고른 잔이 복숭아(모모) 잔이다.

 

아무튼, 각자 마음에 드는 잔을 골라 사케를 따라먹으니

한 층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다.

 

태어나 처음 먹어본 야끼소바가 너라서 다행이야

 

음식의 비주얼, 향, 맛 모두 할 말이 없다. 최고다.

야끼소바가 산더미처럼 나와서 놀랐는데,

그 안에 면보다 고기가 많아서 정말로 놀랐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야끼소바였는데

미지에서 먹어서 다행이다.

 

처참하게 젓가락질 당한 야끼소바를 뒤로한 꼬치구이

 

꼬치구이도 심각했다.

지금까지 먹어 본 모든 꼬치구이 중에 제일 맛있었다.

데리야끼 소스에 쓱 찍어 눌러 먹으면 그만이다.

 

정말 맛있고 정말 양도 많은데

서비스까지 너무 완벽하다.

 

이거지 싶었던 부추계란

 

처음에 기본 안주인 듯 간단 안주로 판매하는 참치 크래커를 받았고

꼬치를 주문했을 때 추가로 2개의 꼬치를 서비스로 더 받았고,

먹던 중에 원래 주문하려 했던 부추 계란을 서비스로 받았고,

그녀가 궁금해서 시킬까 싶었던 바나나 브륄레를 서비스로 받았고,

이게 뭐야 너무 예쁜 크림 딸기를 서비스로 받았다.

 

야끼소바가 17,000원인데, 서비스로 대충 20,000원어치를 받아먹었다.

 

솔직히 둘이 먹는데 야끼소바와 모둠꼬치만으로

이미 배가 차는 걸로는 모자라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저렴한 사케 한 병과 야키토리와 꼬치구이를 주문했다.

즉, 안주는 2개만 주문했는데

우리가 먹은 안주가 무지개 같이 7종이다.

 

언젠가 재방문을 했을 때 먹은 치킨난반도 정말 추천하는 메뉴다.

치킨 위에 푸짐하게 올라간 에그마요

치킨하고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미지의 세계와 연결된 신비로운 문

 

가게 안은 노랫소리가 꽤나 크게 들리는 편인데,

스트레스받을 만큼 크지는 않다.

사실, 크게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가게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들어올 때 열었던 자판기 같은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을 닫는 순간 느껴지는 고요함이

고요한 현실로 돌아왔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바이킹 한 번 타려고 대기하는 시간이 120분이던 롯데월드에

한 순간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사라진 느낌,

 

모임에서 누군가 애드리브를 성공시켜 다 같이 웃는 소리

이후 시끌시끌 이야기하는 소리에

숟가락 얹으려 괜히 2절 애드리브를 쳤다가 찾아오는 적막함(요즘 말로는 갑분싸)의 느낌이었다.

 

 

술집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곳에 위치해서

그다지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출입문을 하고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도 않은 간판인데

 

감히 내 생에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맛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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