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어느 일요일의 기록

화장실 청소

요즘의 나는 너무 바쁘다.

평일에는 폭풍야근으로 12시가 넘은 시간에 퇴근을 한다.

 

그 때문에 집에서 기다리는 그녀가

설거지, 빨래, 청소기 돌리기 등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런 내게 혼자만이 보낼 수 있는 일요일 하루가 주어졌다.

정말 자유로운 하루다.

 

내내 눈에 들어온 물떼 와 곰팡이 들을 몰살시켰다

 

그래서 화장실을 청소했다.

세면대 배관을 뜯어 머리카락을 전부 제거했고,

하수구를 뜯어 머리카락을 제거했고

타일 사이사이에 눌어붙은 머리카락, 아니 곰팡이를 제거했다.

 

이 외에도 그동안 그녀가 해주던

설거지, 빨래, 물건 정리, 청소기 돌리기까지

 

집안일하는 데에 7시간 정도 소비했다.

세상 번쩍번쩍한 집으로 돌아와 감동받을 그녀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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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말 양파

꽤 오래전, 냉장고에 양파가 있는 줄도 모르고 양파를 한 망 더 샀다.

들어갈 자리도 없고 겨울이라 바깥은 추우니 베란다에 두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잊었지만

그때 산 양파를 청소 중에 베란다에서 발견했다.

 

베란다가 양파 밭이 될 뻔 했다

 

신경도 안 썼던 양파가 이만큼이나 무럭무럭 자랐다.

친구들과 놀고 있는 그녀에게 물어봤다.

 

"자기, 양파한테 언제 이렇게 칭찬을 많이 해줬어?"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이쁜 말 하고 살아서 그런가 봐"

 

베란다에서 아무도 모르게 무럭무럭 자라온 양파는

저 한 마디에 내 소중한 농작물이 되었다.